세속화된 시대에 가톨릭교회가 시노드적 교회가 되고 복음화 사명을 더 잘 수행할 수 있기 위해서는 ‘승리주의 이단’(heresy of triumphalism)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체코의 저명한 신학자이자 영성가인 토마시 할리크 몬시뇰이 말했다. 할리크 몬시뇰은 5월 2일 가톨릭 독립언론 NCR(National Catholic Reporter)와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지적하고, “우리는 오만하게도 스스로를 ‘완전한 사회’(societes perfecta)로 여긴다”고 꼬집었다. 그는 4월 29일부터 5월 2일까지 로마에서 열린 ‘시노드를 위한 본당 사제 국제모임’을 이끌었다. 성직주의와 승리주의 할리크 몬시뇰은 사제들이 자신을 평신도들보다 우월한 존재로 간주하는 성직주의를 뿌리 뽑으려는 프란치스코 교황과 시노드의 노력을 높이 평가했다. 하지만 그는 동시에 세상으로부터 유리된 가톨리시즘의 자만심에 가득 찬 ‘교회 승리주의’를 지적했다. 이번 사제 국제모임에 참석한 성직자들을 향한 강연에서 그는 “세상의 급격한 변화에 두려움을 느낀 일부 그리스도인들은 교회를 변함없는 확실성의 섬으로 만들기를 원한다”고 말했다. 그는 “어떤 본당 사제는 자신을 자기 본당의 교황으로 여긴다”고 꼬집고 “교회는 무류성의 은총을 오직 한 사람(교황)에게만, 그것도 매우 엄격하게 제한된 조건 아래에서 부여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교황조차도 어떤 결정을 하기 전에 자신을 돕는 자문기구에 귀 기울이는데, 하물며 본당 사제는 자신이 봉사하는 하느님 백성에게 얼마나 더 많이 귀를 기울여야 하겠는가?”라고 말했다. 쇄신 여정은 단계적이고 다중적 할리크 몬시뇰은 나흘 동안 이어진 사제 국제모임에서의 솔직하고 열린 대화에 크게 고무됐지만, 시노드 교회를 향한 발걸음은 지역과 사람마다 다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어떤 나라는 급격한 개혁에 잘 준비돼 있지만 다른 곳은 그렇지 못하다”며 이는 “문화적 여건에 따른 것”이라고 말했다. 다시 말해, 성소수자, 기혼 사제, 여성 부제 등을 포함한 다양한 주제들이 논의되고 있지만 이러한 주제들에 대한 입장은 “대륙별로, 심지어 한 나라 안에서도 차이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러한 긴장과 갈등을 풀어나가기 위해서는 교회 내 권위의 더 광범위한 분권화(decentralization), 그리고 영적이고 구조적인 개혁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신뢰의 위기, 보편성의 확대 할리크 몬시뇰은 포스트모던 시대에 교회는 ‘신뢰의 위기’에 직면해 있고, 그것은 교회가 자초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시노달리타스는 교회가 미래를 향한 예언자적 소명을 수행하게 해주는 잠재력을 지니고 있다며, 교회는 제도종교에 속하진 않지만 영적 가치를 추구하는 이들에게 다가감으로써 보편성(catholicity)을 더 폭넓게 수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세속적 사회를 멀리해야 한다는 그리스도인들에게 그것은 ‘반-가톨릭적 사고방식’이고 ‘분파주의’라며 “가톨리시즘은 개방성과 보편성”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폐쇄적 가톨리시즘은 항상 전체주의와 권위주의 체제와 유사하다”며 이는 교회가 스스로 자신의 정체성을 부인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여성의 교회 내 지도력 할리크 몬시뇰은 나흘 동안 진행된 사제 국제모임에서, 사제들 간에 현격한 의견 차이가 여전하지만 동시에 놀라울 만큼 선의와 개방성을 발견했다고 말했다. 교회 내 여성의 권리 확대에 대한 시노드의 긴급한 요청에 대해 그는 많은 이들이 공감하지만 구체적인 방법에 대해서는 의견의 일치를 보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여성 사제와 여성 부제에 대한 반대에 대해서는 “신학적 이유보다는 심리적 이유가 더 많다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예수님이 남성만을 선택하셨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없다”며 “이는 예수가 유다인만을 선택했다고 이탈리아인, 미국인, 일본인을 서품할 권리가 없다고 말하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 그는 “여성의 복음 선포 카리스마를 수용하지 않는 것은 성령을 거스르는 죄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변화는 시작됐다 할리크 몬시뇰은 프란치스코 교황이 시작한 시노드의 여정은 엄청난 용기가 필요한 것이라며 “그는 진보적 신학자가 아니라 매우 현명한 사목자”라고 말했다. 이어 교황은 “공감과 유머, 열린 마음을, 하나씩 단계적으로 나아가는 예수회의 전략과 결합했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교회의 발걸음을 바꾸기를 원하며 새로운 교황을 기다리는 이들이 있음을 인정했다. 하지만 그는 이미 우리는 ‘바꿀 수 없는 변화’(changes that are unchangeable)의 흐름에 들어섰고, 프란치스코 교황이 그 길을 열었다고 말했다.

“사랑을 구하는 길은 참 외로운 길이야, 하지만 그만한 가치가 있는 길이지. 이제 진짜 주님의 사랑이 무엇인지 조금은 알 것 같다네.” 사랑을 실천하고 하느님 곁으로 돌아간 고(故) 김수환(스테파노) 추기경의 목소리가 지난 2019년 뮤지컬 ‘밥처럼 옹기처럼’ 무대 위에서 재현됐다. 공연 후 고인을 기억하는 사람들은 “김수환 추기경을 다시 만난 것 같아 감동이었다”고, 고인을 알지 못했던 이들은 “추기경님을 알게 돼 유익하고 흥미로웠다”는 감상평을 남겼다. 무대 위에서 살아난 가톨릭 이야기는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였고, 교회로 이끄는 원동력이 됐다. 문화의 시대, 교회는 어떤 방식으로 사람들과 만나야 할까. 공연예술 특히 연극과 뮤지컬 등 무대 위에서 대사를 통해 메시지를 전하는 장르는 인물이나 가톨릭적 가치를 생생하게 재현할 수 있다는 점에서 효과적인 복음화 수단이 될 수 있다. 또한 사랑, 나눔, 용서 등 추상적인 가치를 눈에 보이는 실체로 무대 위에서 구현해 낼 수 있다는 점은 세상에 필요한 가치를 전달하는데 용이하다. 하지만 공연예술 활성화를 위한 인프라 부족과 코로나19로 위축됐던 공연 시장의 더딘 회복세가 맞물려 공연예술을 통한 가톨릭 홍보의 현주소는 안갯속이다. 2019년 가톨릭 인물과 복음을 주제로 무대에 오른 뮤지컬과 연극은 일곱 작품에 달한다. 2021년에는 서울대교구 제작으로 김대건 신부를 주제로 한 거리극과 뮤지컬이 초연됐고, 당진문화재단의 댄스컬 ‘안드레아 김대건’이 앙코르 공연으로 무대에 올랐다. 성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님 탄생 200주년을 기념해 공연 시장이 잠시 활력을 얻었지만 2023년에는 음악극 ‘안중근의 고백’, ‘여걸 강완숙 골룸바’ 등 두 작품만이 신자들과 만났다. 올해는 본당으로 찾아가는 공연이 서울대교구를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교회 안팎의 대중들에게 복음적 가치를 전할 수 있는 공연 콘텐츠 개발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국가톨릭문화원 원장 박유진(바오로) 신부는 “복음 말씀을 미사 강론 중에 들어도 좋겠지만 예술적 수단을 통해 재현된 복음은 더욱 강력한 울림으로 우리에게 체험되는 효과가 있다”며 “가톨릭 인물뿐 아니라 사랑, 자비, 용서 등 우리 사회에 필요한 문화적 콘텐츠를 풍부하게 보유하고 있는 교회가 공연예술에 보다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설명했다. 교구 산하로 활동하는 연극과 뮤지컬 단체는 서울대교구 서울가톨릭연극협회, 전주교구 가톨릭예술단, 수원교구 앗숨도미네 등에 불과하다. 최근 발족한 수원교구 가톨릭연극인회를 더하면 4개 단체다. 반면 개신교는 1990년대부터 문화선교에 앞장선 결과 증언, 정미소, 달란트 연극마을, 디아코노스, 하늘연어 등 다양한 극단이 창단돼 뮤지컬과 연극으로 종교적 가치를 전하고 있다. ‘부모에게 효도하라’는 십계명을 토대로 한 연극 ‘동치미’는 복음 말씀을 현대사회와 연결해 우리 사회에 필요한 가정의 중요성을 전하며 16년째 사랑받고 있다. 공연예술 분야에서 대중성을 확보한 개신교의 사례는 가톨릭의 문화 콘텐츠가 확장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준다. 가톨릭 문화의 확장은 복음화의 확산으로 연결될 수 있다. 박유진 신부는 “26년간 문화 사목을 하며 크게 공감하고 있는 것은 가톨릭의 문화적, 인적 자산이 풍부하다는 것”이라며 “문화적 영향력이 중요한 시대를 사는 교회가 여기에 관심을 가지고 투자하려는 변화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신학생 때 읽었던 책 중 요즈음 다시 읽는 책이 있습니다. 루이 에블리의 「어떻게 祈禱할 것인가」인데, 서두를 이렇게 시작합니다. “우리는 아주 적게 기도하고 보기 드물게 기도하며 또 보잘 것 없이 기도한다. … 무엇보다도 우리는 몹시 분주한 사람들이다. 우리의 생활은 활동과 혼란, 때로는 선행으로 가득 차 있다. … 즉 우리는 일을 정지하고 정신을 집중시키며 기도하는 것을 피하려고 한다.” 과거에도 그렇고 지금도 그렇고 이 통찰력있는 지적은 저를 부끄럽게 합니다. 예수님은 혼자보다는 이웃과 함께, 그리고 당신의 이름으로 모여 기도하라고 가르치십니다. “너희 가운데 두 사람이 이 땅에서 마음을 모아 무엇이든 청하면, 하늘에 계신 내 아버지께서 이루어 주실 것이다. 두 사람이나 세 사람이라도 내 이름으로 모인 곳에는 나도 함께 있기 때문이다.”(마태 18,19-20) 이런 예수님의 가르침과 약속에 힘입어 바오로 사도는 그리스도인들에게 권고합니다. “나는 무엇보다도 먼저 모든 사람을 위하여 간청과 기도와 전구와 감사를 드리라고 권고합니다. 임금들과 높은 지위에 있는 모든 사람을 위해서도 기도하여, 우리가 아주 신심 깊고 품위 있게, 평온하고 조용한 생활을 할 수 있도록 하십시오.”(1티모 2,1-2; 2코린 1,11; 에페 6,18-19 참조). 이러한 모범에 따라 교회는 이미 1세기 말경부터 세상 구원을 위한 특별기도를 전례 중에 바쳤습니다. 95년경에 기록된 클레멘스 교황 저서에는 고통받는 이, 국가 지도자, 평화 등을 위한 여러 청원 기도가 제시되고 있습니다. 그 당시에는 강론 후 예비 신자들을 보낸 다음 신자들만 남아서 이 기도를 바쳤는데, 기도 내용은 일정하지 않았지만 대체로 예비 신자들과 모든 이의 구원이 그 대상이 되었습니다. 그 전통이 남은 형태는 성금요일 주님 수난 예식에서 바치는 ‘보편지향기도’인데, 당대의 기도 내용과 형식을 잘 알려주고 있습니다. 이 기도가 사라진 원인은 전례 시간을 줄이려는 대 그레고리오 교황의 노력 때문이었다고 전례 역사가 테오도로 클라우저는 「서방 전례의 역사」에서 밝힙니다. 현재의 ‘신자들의 기도’와는 달리 기도의 수가 많았고, 각 기도 다음에 주례자의 본기도가 있어서 다소 장황했으며, 반복이 잦아서 시간이 길어졌습니다. 축일 미사가 세 시간 이상 지속되는 것을 문제 삼은 대 그레고리오 교황은 개혁을 통해 신자들의 기도를 없앴습니다. 당시 ‘신자들의 기도’에 대한 회중의 응답이던 ‘주님 자비를 베푸소서’, ‘그리스도님 자비를 베푸소서’는 현재의 자비송이 되었습니다. 제2차 바티칸공의회에서는 1400여 년 전 사라졌던 ‘신자들의 기도’의 가치를 인정하여 복구시켰습니다. 그러면서 전통적으로 사용한 용어인 ‘신자들의 기도’(oratio fidelium)와 예전에 사용하던 ‘공동기도’(oratio communis)를 ‘보편지향기도’(oratio universalis)로 대신하면서, 누가 기도하고, 어떤 지향으로 해야 하는 지를 더욱 분명하게 했습니다. 이 기도는 세 가지 특징, 곧 ‘하느님을 향한 간청’이며, ‘보편적인 선’을 지향하고, ‘교우들의 참여와 그들의 현실 반영’을 특징으로 합니다. 세례받은 모든 그리스도인은 그리스도의 사제직에 참여하여 세상 구원을 위하여 헌신, 봉사하는 사람임을 이 기도를 통해 실천합니다. 물론 기도한 내용을 살아가려는 실천 의지가 있어야 결실을 볼 수 있음도 기억해야 하지요. 글 _ 윤종식 티모테오 신부(가톨릭대학교 전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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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들이 통일에 관심 갖도록 교회가 이끌어야”

서울대교구 민족화해위원회(위원장 정순택 베드로 대주교)는 평화나눔연구소(소장 정수용 이냐시오 신부) 주관으로 5월 3일 서울 명동 서울대교구청 5층에서 연구소 창립 9주년 기념 세미나를 열고 한반도 평화 실현 방안을 찾았다. ‘한반도 분단 극복과 화해를 위한 교회의 역할’을 주제로 열린 이번 세미나는 제1세션 ‘한반도 분단이 우리 사회에 미친 영향’, 제2세션 ‘한반도 화해와 일치를 위한 교회의 역할’로 구성됐다. 제1세션 제1발표 ‘한반도 분단이 우리 정치 지형에 미치는 영향’을 맡은 정욱식 평화네트워크 대표는 “한반도 분단체제는 갈수록 군사주의로 수렴되고 있고, 정권의 변화와 관계없이 ‘유사시 무력 통일론’이 강하게 똬리를 틀고 있다”며 “한반도 평화 정착을 위해서는 ‘유사시 무력통일론’을 고수하는 것은 실익이 없다”고 주장했다. 제1세션 제2발표는 평화나눔연구소 남경우(펠릭스) 박사가 ‘한반도 분단이 우리 사회와 문화에 미치는 영향’이라는 주제로 맡았다. 남경우 박사는 “군사쿠데타 이후 들어선 정권들은 반공주의를 통치 전략으로 활용했다”며 “반공주의가 국민과 ‘비국민’을 구분하는 일종의 필터로서 작동한 것으로서, 이러한 과정을 경험한 국민들은 비국민으로 선별되지 않기 위해 노력해야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분단은 겉으로 드러나는 모습은 바뀌고 있어 과거의 것으로 취급될 뿐, 지금도 우리 사회에 강력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남 박사는 “아직도 우리 사회에는 분단에 연결돼 있는, 북한에 대한 공포와 불안이 지속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임을출(베드로) 교수는 제2세션 발표 ‘한반도 화해와 일치를 위한 교회의 역할’에서 한반도의 분열과 대립 상황은 과거 냉전 구도의 핵심을 형성했던 이념 갈등을 특징으로 한다고 분석한 뒤 “한국교회는 인도적 차원과 동시에 그리스도적 사랑의 실천과 민족적 갈등을 치유하고 평화를 정착시키려는 노력의 일환으로 대북 지원을 적극적으로 추진해 왔다”고 말했다. 그러나 “분단은 분명 교회의 가장 큰 십자가이자 극복돼야 할 과제이고, 단기적으로 할 수 있는 일이 없더라도 중장기적 관점에서 보다 나은 평화 정착, 화해와 일치를 이뤄내기 위해서는 정세와 무관하게 지속적인 관심과 실천이 요구된다”고 밝혔다. 임 교수는 한국교회가 남북 화해와 일치를 위한 가장 중요한 역할로 특히 교회 내 청년들이 통일 문제에 보다 관심을 갖고 실천적인 노력을 기울이도록 이끌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를 위해 “미래를 책임질 청년들에 대한 전체 교회 차원의 북한 이해, 화해와 일치 증진, 이에 기반한 복음화 전략 등을 담은 중장기적인 교회의 청사진이 마련돼야 한다”고 제안했다. 임 교수는 구체적으로, “남북 관계가 완전히 막혀 있는 현재 상황에서 남한에 있는 북한이탈주민에 교회가 관심을 갖고 그들을 도우면 주는 것보다 얻는 것이 더 많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청년들 몸과 마음 온기로 가득차길”

청년들이 3000원으로 김치찌개 식사 한 끼를 먹을 수 있는 식당 ‘청년밥상빨라우’가 인천 인하대학교 후문 거리에 개업했다. 식당은 재속 전교 가르멜회와 전교 가르멜 수녀회가 운영한다. 청년빨라우사회적협동조합(이사장 김혜숙 제르투르다, 이하 협동조합)은 5월 4일 인천 미추홀구 경인남길30번길 39 현지에서 ‘청년밥상빨라우’(이하 청년빨라우) 인하대점 개점 축복미사를 봉헌했다. 재속회원들과 수녀들은 청년빨라우가 인천의 취약계층 청년들이 양질의 식사를 하고 편히 쉬어갈 수 있는 사랑의 터로 자리매김하길 바라며 이날 미사를 봉헌했다. 재속 전교 가르멜회(회장 김지연 테클라·지도 심종미 젬마 수녀)는 수녀회·재속회 설립자인 복자 프란치스코 빨라우 신부의 영성을 적극적으로 실천하고자 청년빨라우 개점을 추진했다. “교회가 무한히 아름답고 사랑스럽다는 것을 모든 사람들에게 선포한다”는 빨라우 신부의 사명에 따라, 희망을 잃어가는 청년들에게 교회의 아름다움을 선포하는 곳이 되도록 지난해 식당을 사도직 사업으로 결정했다. 여러 사업 중에서도 식사 지원 사업으로 결정한 건 청년들이 최소한 밥만큼은 차별 없이 배불리 먹을 수 있길 바라서다. 스스로 학자금 대출을 받아 공부하고, 아르바이트로 번 돈으로 모든 걸 해결하느라 즉석식품으로 끼니를 해결하고 종종 그마저도 거르는 청년들에게 ‘어머니처럼 품어주는 교회를 알려주려는’ 진심이다. 재속회원들은 지난해 청년밥상 문간(이하 청년문간) 이사장 이문수 신부(가브리엘·글라렛 선교 수도회)로부터 운영에 있어서 많은 도움을 받고 자문을 구했다. 청년문간에서 현장실습 및 봉사를 하고, 청년문간 여러 지점을 방문하며 공익성과 비영리성을 바탕으로 청년들을 위한 식당을 운영하는 구체적 노하우를 익혔다. 또 어려운 청년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장소도 특별히 대학가인 인하대학교 후문 거리로 선정했다. 메뉴와 가격도 청년문간과 같이 구성했다. 김치찌개(3000원) 단일 메뉴이며 공기밥은 무한 리필이다. 미사는 인천 용현동본당 주임 송기철(이사악) 신부가 주례하고 이문수 신부 등 사제단이 공동집전했다. 이 신부는 축사에서 “청년빨라우가 지속적으로 운영되고, 청년들이 이곳에서 몸과 마음을 온기로 채우고 갈 수 있도록 많이 헌신하고 사랑해 달라”고 말했다. 송 신부는 강론을 통해 “빨라우 신부님처럼 활동 전에 관상을, 일하기 전에 침묵과 고독을 동반해 마르지 않는 사랑의 힘을 기울여 달라”고 덧붙였다. 청년빨라우는 5월 7일부터 정상 영업한다. 개점 시간은 월~금요일 오전 11시~오후 3시다. ※ 문의 032-212-1811, 010-3181-1811 청년밥상빨라우 인하대점

종합

“벽돌 하나하나 직접 쌓아올린 본당 일치의 상징”

지난해 신설된 인천교구 아라동본당(주임 김민중 안드레아 신부) 신자들은 “직접 성당을 짓지는 못해도 성모당은 직접 만들 수 있다”는 공동체적 사랑을 모아 손수 성모당을 만들었다. 성모당 축복식은 5월 4일 성모의 밤 행사에서 열렸다. 신자들이 직접 벽돌을 쌓고 크고 작은 봉헌으로 조성한 성모당은 서로 격려하는 본당 공동체의 돈독한 관계를 기념하는 공간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올해 1년 만에 새 성당의 모든 건축 공사를 마친 본당은 본격적으로 새 성당에서 함께 신앙생활을 시작하는 것을 앞두고 성모당을 조성했다. 성모동산과 같은 공간이 마련돼 신자들이 머물면서 차분하게 묵상하고 기도할 수 있길 바라는 주임 김민중 신부의 뜻도 있었지만, 건축비도 절감하고 공동체 화합까지 도모하는 계기로 신자들이 직접 성모당 건축에 정성을 보탰다. 특히 남성 신자들의 역할이 컸다. 건설사 현장소장이었거나 목공, 조적(組積) 경험이 있는 남성 신자들을 주축으로 남성 봉사자 및 성인 복사단이 직접 건축에 착수했다. 동영상을 찾아보며 벽돌 쌓는 공부를 해야 했고, 잘못 쌓으면 철거하고 다시 쌓아야 했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거푸집을 만들면 이어서 벽돌을 올리는 작업이 이어졌다. 주말에도 성당에 출근하다시피 해야 했고, 공휴일에도 함께 벽돌을 쌓았다. 같이 몸을 움직일 수는 없어도 격려하고 응원하는 교우들의 정성은 피로를 싹 가시게 했다. “‘형제들의 수고를 당연한 것으로 여길 수 없다’며 소소한 간식을 지원해 주는 등 본당 공동체의 마음에 없던 힘도 다시 생겨나는 것 같다”고 남성 신자들은 한목소리로 말했다. 성모당을 만들며 본당 공동체의 신앙도 깊어졌다. 주일미사 참례만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했던 옛날과 달리 시간을 내어 몸과 마음으로 신앙을 실천하고, 작은 희생을 통해 느끼는 보람에 눈떴다. 성인 복사단 윤상일(프란치스코) 단원은 “교우들과 같은 목표를 향해 협동하고, 힘든 일을 나누며 땀을 흘리는 경험이 신앙생활을 더욱 성숙하게 이끌었다”며 “신앙 안에서 굳건하고 의미 있는 공동체가 돼가고 있음을 몸소 체험했다”고 말했다. 김 신부는 “서로를 위해 헌신과 봉헌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본당 신자들의 유별난 공동체 사랑으로 성모당을 조성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이어 “본당 단합의 상징과도 같은 성모당을 보며 신자들이 앞으로도 서로 격려하고 지지하며 아름다운 터전을 만들어 갈 수 있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서울 수궁동본당 첫영성체반 명동대성당 성지순례

서울 수궁동본당(주임 임동국 라우렌시오 신부) 첫영성체반 어린이들이 5월 4일 주교좌명동대성에서 ‘2024년 첫영성체 가족 성지순례’를 하며 신앙심을 키웠다. 이번 가족 성지순례에는 수궁동본당 첫영성체 교리반 초등학생 9명과 부모, 임동국 주임신부, 주일학교 교사 등 40여 명이 참석했다. ‘당신 말씀은 제 발에 등불, 저의 길에 빛입니다’(시편 119,105)를 주제로 진행된 성지순례는 한국교회의 중심지이자 순교자 유해가 모셔진 명동대성당을 방문함으로써 첫영성체반 어린이들이 예수님을 성심껏 모시는 신앙인으로 자라도록 돕는 것을 목표로 했다. 명동대성당 지하성당 순교자 유해 앞에서 기도를 바친 어린이들은 서울대교구청 로비에서 교구장 정순택(베드로) 대주교도 예방했다. 정 대주교는 어린이들에게 첫영성체를 앞둔 소감을 물은 뒤 “하느님 말씀은 성경을 읽으면서 접할 수 있지만 부모님 말씀을 통해서도 여러분에게 전해진다"며 "부모님 말씀을 잘 듣는 어린이가 돼 달라”고 당부했다. 첫영성체를 준비하고 있는 박윤경(마리아·초등학교 5학년)양은 “대주교님을 만난다는 생각에 떨렸다”며 “대주교님께서 편지를 기쁘게 받으시면 좋겠고 또 뵙고 싶다”고 말했다. 순례단은 이후 서울대교구 역사관 관람, 샬트르 성 바오로 수녀회 서울관구 박물관 등을 찾았다. 수궁동본당 첫영성체반은 6월 1일 첫영성체를 한다.

광주대교구 흑산성당 선교사의 집·묵상의 집 축복

광주대교구는 5월 4일 흑산성당(주임 유창훈 요셉 신부) 선교사의 집과 묵상의 집 축복식을 열었다. 축복식에는 교구장 옥현진(시몬) 대주교와 전임 교구장 김희중(히지노) 대주교, 서삼석 국회의원 등 200여 명이 참례했다. 옥 대주교는 강론에서 “앞으로 광주대교구는 흑산본당이 발전하도록 도울 것이며, 문화적인 가치들이 잘 유지되고 많은 사람들에게 행복한 장소가 될 수 있도록 큰 관심을 갖겠다”고 말했다. 또한 “앞으로 우리 교우들뿐만 아니라 흑산도를 찾는 모든 분이 행복한 순례 그리고 행복한 쉼을 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정용욱 문화체육관광부 종무실장은 축사에서 “선교사의 집과 묵상의 집이 지역을 대표하는 새로운 랜드마크가 돼 흑산도를 찾는 천주교 신자뿐만 아니라 관광객의 만족도도 한층 끌어올릴 것으로 확신한다”고 전했다. 박우량 신안군수는 “선교사의 집, 묵상의 집뿐만 아니라 흑산도가 K-관광섬, 관광의 중심지로 발전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선교사의 집은 대지면적 9894㎡에 2층 건축물로 1층은 198㎡, 2층은 129㎡ 총 건축면적 328㎡로 신축됐다. 묵상의 집은 각 동 2층 건축물이며 1층 42㎡, 2층 18㎡로 총 10동이 흑산도와 흑산성당을 찾는 순례자들의 피정 연수센터로 활용될 예정이다. 한편, 흑산도는 신유박해로 유배된 손암 정약전(안드레아·1758~1816)의 발자취를 느낄 수 있는 곳으로 교구는 신안군과 함께 ‘정약전 평화의 길’ 조성 사업을 진행 중이다.